인스타에서 본 식당이 하나 있었더랬다. 익스테리어부터 인테리어, 음식까지 모두 태국 분위기로 만든 식당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픈하자마자 방문해서 인스타용 사진 남기기에 바쁜 그런 곳. 내 비록 인스타 갬성은 모르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에는 진심인 사람으로 안가볼 수 없으므로 다녀왔다.
성수동에 있는 살라댕템플. 이름에 대한 뜻을 살펴보면 뭐 별거 없다. 살라댕은 태국의 지명이고, 템플은 사찰. 살라댕이라는 지역에 있는 사찰? 그냥 어감 그럴싸한 태국 지명? 태국어? 갖다붙인거지 뭐.
이 간판 앞에는 주차장이 작게 있는데 총 네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 울타리 안에 살라댕템플 식당만 있는게 아니라 레인리포트 카페도 있기 때문에 주차하긴 정말 쉽지 않아.
울타리 내부에는 이렇게 연못같은 것도 있고, 물 건너에 살라댕템플이 존재한다. 이게 사진을 찍었을 시간이 오픈시간 전이어서 옆길이 활성화 되어있었는데, 이게 오픈시간이 되면 옆 카페에서 물이 떨어지며 길을 지나갈 수 없게 된다. 식당이 물로 완전히 분리되는 거지. 그러면 어떻게 건너냐고? 배타고 ㅋㅋ
오픈 전 직원이 시운전 중인 배(..?) 여튼 정해진 선 위에서 왕복으로만 움직이는 배라고 주장하는 이동수단을 타고 식당으로 입장할 수 있다.
살라댕템플은 예약이 안 된다. 처음 막 오픈했을 때는 캐치테이블을 통한 예약이 가능했었는데, 뭐 오류가 있는지 아니면 예약 안받고 웨이팅을 시키는게 마케팅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예약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워크인(현장방문)만 가능하기 때문에 쉬는 날을 이용해서 오픈런 달렸다. 과하게 일찍 도착했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고, 11시쯤 방문하면 수월하게 오픈하자마자 입장할 수 있는 대기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고, 11시 30분에 바로 입장할 수 있다. 11시 전에는 웨이팅보드조차 꺼내놓지 않는다 ㅋㅋ 그리고 방문했던 다른 친구의 말에 의하면 평일 저녁시간은 그냥 한가하단다. 참고하여 방문해보자.
내부가 상당히 태국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태국을 가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태국이 이렇다 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냥 막연하게 태국의 상징적인 느낌을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푸릇한 풀때기들과 깔맞춤한 나무 테이블이 있고, 어떻게보면 공간 낭비라고 볼 수도 있는 중앙 연못도 있고, 커다란 부처의 얼굴과 작은 석상도 있다.
살라댕템플 차림표
뭐 메뉴판만 14페이지나 된다. 여백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뭐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 저기 보면 삼단 레이어 트레이 라는게 있는데 이게 인스타 사진용으로 아주 잘나가는 것 같다. 인스타 보면 죄다 저것만 시켰더라고. 근데 저 구성을 암만 들여다봐도 이건 태국 음식이 아니야. 그래서 태국맛을 찾아 주문하기에 이른다.
살라댕템플 음식
남들이 쉽게 주문하지 않을 것 같은 메뉴들로 주문해봤다. 요리는 코코넛 치킨 팟타이, 무껍(무끄럽) 이렇게 두 가지 주문했고, 음료는 땡모반과 망고스틴 주스를 주문했다. 똠얌꿍을 시켜보고 싶었는데 같이 간 사람이 있으니 호불호가 덜 갈리는 메뉴로 고른 것.
음료
음료로 주문한 망고스틴 주스(좌)와 땡모반(우).
땡모반은 쉽게 말해 수박주스다. 난 이번에 땡모반 처음 먹어봤거든. 수박을 어떻게 갈아만든 건지는 몰라도 수박의 그 서걱서걱한 느낌은 거의 없고 수박의 맛만 진하게 남은 수박주스인데 이래서 사람들이 땡모반 땡모반 하나보다.
그리고 망고스틴 주스. 망고스틴 주스도 처음 먹어봤는데 아무리 맛을 느껴봐도 망고스틴은 아닌거 같어. 망고스틴 주스는 안먹어봤어도 망고스틴은 먹어봤거든. 근데 이건 왜 복숭아 맛이 나는거냐; 메뉴에 보니까 피치 마일 에이드라는게 있는데 잘못 나온게 아니가 싶을 정도. 근데 내가 뭐 망고스틴 주스 알못이라서 클레임은 못걸고 그냥 먹었다.
템플 코코넛 치킨 팟타이
사실 내가 팟타이는 잘 안시키는 편. 태국음식 = 팟타이 라는 공식이 있어 너무 뻔하다고 느낀 것도 있는데 내가 단 음식을 별로 안좋아하기도 해.
일단 치킨 팟타이라서 치킨이 들어가는데 치킨이 가슴살이다. 이게 3만2천원짜리 메뉴인데 다리살이 아니라 가슴살을 쓴 건 좀 너무하지 않냐고. 치킨은 코코넛 밀크에 재워서 튀긴 것 같은 맛이 난다. 면은 평범하고, 양념은 살짝 매콤함이 감도는 정도? 가격 치고 아주 평범한 맛.
무껍(무끄럽)
태국 음식 무껍, 무끄럽으로 알려진 삼겹살 튀김이다. 통 삼겹살? 아니다 껍데기가 있어야 하므로 오겹살을 먼저 보쌈처럼 삶은 뒤에 기름에 튀겨서 겉부분을 바삭하게 만든 음식이다.
맛 자체는 괜찮지만 문제는 살라댕템플의 요리방식인 것 같다. 겉이 바삭하다못하 딱딱해질 때까지 튀겼더라. 플라스틱 씹는 줄 알았다. 도대체 이 맛있는 오겹살에 무슨 짓을 해놓은 거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두 가지 소스가 나오는데 왼쪽은 호불호가 갈리는 태국 로컬 소스로 추정되고, 오른쪽은 달달하고 호불호 갈리지 않는 달달한 소스다. 왼쪽 소스는 태국 남쁠라 소스를 활용한 소스라고 생각하는데, 남쁠라라는게 생선으로 만든 대표적인 소스 중 하나. 베트남에 느억맘 소스가 있다면, 태국에 남쁠라 소스가 있지. 우리로 치면 액젓인 건데 우리는 액젓 자체를 소스로 먹진 않으니까 아무래도 호불호가 좀 갈릴 수 있다. 오른쪽 소스는 그냥 좀 묽은 스윗 칠리 소스라고 해야 하나?
정리의 시간
그렇다. 대충 읽어보면 알겠지만 맛으로 가는 식당은 아니다. 인스타용 사진 찍으러 가는 공간인데 음식을 덤으로 팔면서 음식을 시키지 않으면 입장하지 못하는 공간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고 가는 사람에게는 맛은 평범, 가격은 비싼 그런 식당일 수 있으나 사진찍으러 가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호응을 받을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수동에서 데이트 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점에서는 부정하기 힘들다. 뭐 데이트할 때 음식 맛이 중요하진 않으니까 ㅋㅋ 연인 끼리 이런 공간에 오면 분위기가 나쁠 수도 없지.
데이트 장소로, 인스타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는 추천,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고 가는건 비추천.
찾아가는 길
살라댕템플 : 네이버
방문자리뷰 252 · 블로그리뷰 435
m.place.naver.com
살라댕 템플 - Saladaeng Temple · 서울특별시 성동구 수 성수이로16길 32 주1
★★★★☆ · 음식점
www.google.co.kr
역에서부터 걸어가기엔 너무 멀다. 그렇다고 딱히 버스가 있지도 않다. 방법이 없다, 걸을 수밖에.
성수역 3번 출구로 나와서 기산전자 건물이 나올 때까지 직진. 기산전자가 나오면 오른쪽 골목으로 진입하여 또 직진. 오른쪽에 세븐일레븐이 있는 거의 삼거리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나온다. 겉에서 봤을 때 솔직히 긴가민가 하니까 잘 보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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